📘 프리코노믹스 시리즈 프롤로그
가짜 뉴스와 경제학

요즘 우리는 온갖 가짜 뉴스와 음모론, 왜곡된 데이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정보에 흔들리고 행동까지 바꾸는 것을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왜 사람들은 진실보다 ‘그럴듯한 이야기’ 즉 가짜 뉴스에 더 쉽게 끌리는가?”
이 질문에 대해 《프리코노믹스(Freakonomics)》는 강력한 힌트를 줍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상식’이 얼마나 자주 틀릴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배후에 어떤 유인(incentive)과 데이터의 왜곡이 존재하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이 시리즈는 《프리코노믹스》를 통해, 숫자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과 사회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탐구해보려 합니다. 왜 사람들은 조작된 통계나 선동적인 프레임에 넘어가는가? 그것은 단순히 ‘무지해서’가 아니라,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 구조와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합리적으로 보이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가짜 뉴스 해결의 실마리도 경제학에 있을 수 있습니다.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팩트 체크가 아니라, 정보의 출처와 유통 구조, 그리고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능력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를 판단하기 전에, ‘왜 이 정보가 퍼지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경제학적 사고의 시작입니다.
책 속 사례: 청소년 범죄율과 낙태의 상관관계

1990년대 초, 미국 사회는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한 극심한 공포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정치인, 경찰, 언론 모두가 앞으로 10년 내에 청소년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 예측했죠. 말하자면 청소년 범죄와 관련하여 온갖 억측과 심지어 가짜 뉴스도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청소년 범죄율은 급감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었을까요? 경찰 인력 증가, 총기 규제, 경제 호황 등의 요인이 언급되었지만, 《프리코노믹스》는 매우 도발적인 해석을 제시합니다:
“20년 전, 낙태가 합법화되었기 때문이다.”
1973년 미국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이후, 원치 않는 출산이 줄어들었고,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범죄 가능성을 가진 청소년 인구 자체의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즉, 범죄 예방은 ‘단속’이 아닌 인구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범죄란 복합적인 사회·심리·경제적 요인의 총합이라는 점에서, 단일 변수인 낙태 합법화가 범죄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또한 이 주장이 자칫하면 “저소득층 가정에서 태어날 아이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위험한 일반화와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윤리적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논리를 극단적으로 확대하면, 과거 나치의 우생학적 인종청소 주장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나치의 인종학적 주장이야 말로 인류사에서 가장 극심한 가짜 뉴스죠.
그러나 프리코노믹스의 목적은 어떤 출산은 막아야 한다는 윤리적 판단이 아니라, 어떤 사회구조가 더 많은 범죄를 유발하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낙태 합법화와 범죄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해하거나, 낙태를 사회 통제의 도구로 여기는 방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 분석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줍니다:
- 범죄는 개인의 도덕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의 산물일 수 있다.
- 예방은 처벌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적 개입에서 시작된다.
- 모든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동체의 책임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출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적 구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진짜 해법은 낙태의 찬반 논쟁이 아니라, 교육과 돌봄, 안정된 가정환경을 제공하려는 사회적 합의와 노력에 있습니다.
《프리코노믹스》가 이처럼 논쟁적인 사례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의는, 단순히 ‘숫자로 설명된 통계적 충격’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가짜 뉴스는 물론이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데이터를 통해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적 여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이 불편한 주제를 둘러싼 분석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설계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해석해야 하는가를 성찰하게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이 성찰의 출발점이 가짜 뉴스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포스팅 구성
회차 | 주제 | 핵심 질문 |
---|---|---|
1 | 왜 마약 딜러는 엄마 집에 살까? | 하위 계층의 인센티브 구조는 왜 실패하는가? |
2 | 선생님은 정말 시험 점수를 조작할까? | 인센티브가 윤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가? |
3 | 이름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문화적 코드와 경제적 기회는 연결되는가? |
4 | 총보다 수영장이 더 위험하다고? | 통계는 어떻게 우리의 직관을 배신하는가? |
5 | 거짓말은 언제, 누구에게 필요한가? |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 부정직해지는가? |
6 |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 세상을 수치와 인센티브로 분석하는 기술 |
1) 이 책의 핵심 주제 및 메시지
《프리코노믹스》의 가장 큰 메시지는 이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도덕은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경제학은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통념(conventional wisdom)’을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숫자(data)와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해부해나갑니다.
이 통찰은 오늘날 가짜 뉴스의 확산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믿고 싶은 이야기에 더 쉽게 반응합니다. 특히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 구조와 정보의 비대칭성은 허위 정보가 퍼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죠.
2) 저자의 철학과 의도
- 스티븐 레빗(Steven Levitt) 은 말합니다: “나는 경제학의 이론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 경제학을 어떻게 쓸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다.”
- 그는 사회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계산이 아닌, 숨어 있는 유인(incentive)과 인간의 행동 패턴으로 풀어냅니다.
- 스토리텔링과 실증 분석을 결합해 ‘지적인 탐정소설’ 같은 경제학을 만들어 냅니다.
3) 저자는 누구인가?
- Steven D. Levitt: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조기범죄 분석/데이터 기반 범죄경제학의 대가
- Stephen J. Dubner: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대중과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이야기꾼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함께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숫자로 해석하는 언어’를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4) 저자가 주려는 인사이트
이 책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선을 제공합니다:
- 세상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은 일관된 ‘이유’가 있다.
- 이 이유의 일관성이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트리거가 된다.
-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 ‘왜?’라고 묻는 습관이 세상의 이면을 드러낸다.
책이 던지는 질문들은 자극적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냉철한 통찰이 있습니다. 이 통찰은 우리가 지금 직면한 사회 문제들—정치적 양극화, 허위정보, 혐오의 확산 그리고 가짜뉴스—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렌즈가 됩니다.
5)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지 경제 이론이 아닌,
- 비판적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
- 숫자와 데이터를 읽는 습관,
- 인간 행동의 구조를 해석하는 시선
- 가짜 뉴스를 선별하는 통찰력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 범죄율 감소가 사실은 ‘낙태 합법화’ 덕분이었다면?
- 부동산 중개인은 당신 집보다 자기 집을 더 비싸게 판다면?
이처럼, 책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인과관계를 다시 짜는 연습장이 됩니다.
무엇보다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도 ‘제도의 설계’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지, 교육, 부동산, 노동 시장 등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갈등과 왜곡 현상은,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 구조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합니다.
마치며: 왜 이 책을 선택했는가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현상 뒤에는 어떤 유인이 숨겨져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더 복잡한 세상을 더 명료하게 해석할 수 있는 프레임을 얻게 됩니다.
이 블로그 시리즈는 《프리코노믹스》라는 지적 여행의 가이드북이자,
여러분이 스스로 숫자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훈련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 다음 글에서는 ‘왜 마약 딜러는 엄마 집에 사는가?’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해부해봅니다.
이 질문은 단지 마약 거래라는 특정 사례를 다루려는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왜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선택을 반복하는가에 대한 구조적 이해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하위 계층 청년들이 ‘위험한 일자리’나 ‘불안정한 수입 구조’ 속에서도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경제적 유인이 그들을 그렇게 몰아가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는 결국 “왜 누군가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선택을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시스템 설계를 어떻게 해야 공정한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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